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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에 붙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과연 세금일까?

by endless77 2025. 5. 28.

전기요금 고지서와 금액을 보여주는 사진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익숙한 숫자들이 있습니다. 기본요금, 전력사용량 요금, 부가세 그리고 어딘가 낯선 항목, ‘전력산업기반기금’. 과연 이 항목은 세금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추가 부담금일까요? 많은 이들이 전기요금을 낼 때 '세금이 너무 많다'고 느끼지만,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요금이 책정되고 어떤 성격의 금액들이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실체를 파헤쳐봅니다.

고지서에 찍힌 ‘전력산업기반기금’, 대체 이건 뭐지?

전기요금 고지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낯선 항목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전력산업기반기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항목을 보며 ‘세금이 또 있네’ 하고 넘기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전기요금엔 부가가치세 외에도 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는 금액이 별도로 부과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항목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부과되는지, 그리고 이게 법적인 의미의 ‘세금’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겉보기엔 일반적인 세금처럼 보이고, 징수 방식도 고지서에 자동 포함되어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금과 다를 바 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세금’이 아니라 ‘기금’입니다. 세금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하여 강제로 징수되는 반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사업법」 제48조에 따라 일정한 목적에 맞춰 걷는 특별 부과금입니다. 이 기금은 한국전력이 징수하여 정부에 납부하며, 다시 전력산업 인프라 개선, 전력 수급 안정화,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에 활용됩니다. 즉, 명목상으로는 세금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이 납부하는 공공성 짙은 부담금이라는 성격을 띱니다. 세금인지 아닌지 구분이 모호한 이 기금은 법적 정의와 국민의 체감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세금’이 아닌 ‘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정확한 정체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말 그대로 전력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기반 시설 강화를 위해 마련된 특별기금입니다. 이는 「전기사업법」 제48조에 명시되어 있으며,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전력이 소비자로부터 전기요금을 징수하면서 함께 걷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비율은 전기요금(전력량 요금 기준)의 3.7%(25년 7월부터 2.7%로 인하될 예정)이며, 부가가치세와는 별개로 고지서에 명시되어 부과됩니다. 이 기금은 일반회계 세금처럼 국세청을 통해 걷히는 방식은 아니지만, 사실상 모든 국민이 전기를 사용하는 한 매달 납부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돈은 어디에 쓰일까요? 전력망 유지·보수, 전력 수요 관리, 신재생에너지 투자, 농어촌 전력공급 지원,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 등에 쓰입니다. 전력산업은 국가 기반 산업 중 하나로 막대한 유지비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분야이기 때문에 수익만을 고려하기는 어렵고, 이에 대한 재원을 기금 형식으로 보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기금을 통해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세금처럼 보이지만, 특정 목적을 위한 공공재원이라는 점에서 조세와는 구분됩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내가 왜 이런 걸 내야 하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세금은 법률로 납부 의무가 명시되어 있고 국회 통제를 받는 반면, 기금은 상대적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따라서 국민이 부담하는 기금 또한 명확한 설명과 납득 가능한 운용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러한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우리가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세금’이라는 이름은 아니지만, 국민이 강제적으로 납부하는 공공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부담을 발생시키는 항목입니다. 고지서에 자동 포함되어 있고, 별도의 선택 없이 납부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이 금액을 일반 세금과 다르지 않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조세’가 아니기 때문에 국세청이 관할하지 않고, 기금의 집행 역시 일반 세금과는 다르게 관리됩니다. 이런 구조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납부하는 금액이 정확히 어떤 법률에 근거해 부과되며,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 기금은 공공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세금이냐 아니냐’보다 ‘이 금액이 정당하게, 투명하게 쓰이고 있느냐’입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각종 요금과 세금으로 인한 체감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정부와 관련 기관은 기금과 세금의 차이를 명확히 알리고, 운용에 있어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전기요금을 단순히 ‘사용한 만큼 내는 돈’으로만 보지 말고, 그 안에 포함된 각종 항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더 이상 생소한 존재가 아닌, 우리가 매달 납부하는 돈의 일부이며,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고 확인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